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드는 브랜딩 : 보관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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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 혹은 아이돌 가수의 새 앨범이 출시될 때면 ‘세계관’ 혹은 ‘유니버스’라는 단어를 곧잘 볼 수 있어요. 예전에는 판타지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단어였는데, 이제는 너도 나도 자신만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죠. 사람들도 그 세계관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 유튜브 영상까지 찾아보며 공부를 하기도 하고요. 오늘은 이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브랜딩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마블이나 SM엔터테인먼트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만드는 브랜드는 물론 아니에요. 아주 작지만 재미난 세계관을 만드는 브랜드죠. 바로 ‘보관복지부’입니다.


세계관의 시작은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보건복지부’의 오타가 절대 아닙니다. 브랜드 이름, ‘보관복지부’ 맞습니다. 보관복지부는 ‘취향 맞춤 짐 보관 서비스’에요. 최근 들어 하나 둘 등장하는 서비스인데, 좁은 집에 많은 짐을 보관하기 어려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죠. 기존에 유사한 서비스로는 '아이엠박스', '마이짐'과 같은 브랜드가 시장에 있었어요. 시장의 후발 주자라면 기존 브랜드와 확연히 다른 무언가가 필요하죠. 적어도 네이밍에서는 확실한 성공을 거둔 것 같아요. 보관복지부, 한 번만 들어도 결코 잊기 어려운 이름이 아닌가요.

  보관복지부의 브랜드 유니버스는 모두 이 독특한 네이밍으로부터 출발합니다. '보건복지부'를 패러디한 브랜드 이름을 짓고 나니, 그다음은 일사천리로 세계관이 만들어집니다. ‘보관이 복지다’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만들었고, 브랜드 컬러는 ‘새마을 운동’ 포스터에서 볼법한 '레트로 그린'을 사용하고 있어요. 심지어 브랜드 심볼은 ‘국회 배지’를 연상하게 하는 꽃 모양이에요. 이쯤 되면 하나의 ‘브랜드 유니버스’라고 말할만 하네요.

  세계관을 만든다고 해서 처음부터 거대한 상상력을 발휘할 필요는 없습니다. 브랜딩의 여러 요소 중에서 확장 가능성과 몰입력이 높은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세계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어요. 한 동안 열풍이었던 ‘부캐’ 세계관을 살펴봐도 그렇습니다. ‘마미손’의 세계관은 모두 그 ‘빨간 복면’으로부터 출발했죠. 유재석 씨의 수많은 부캐도 ‘유’로 시작하는 네이밍이 출발점이었고요. 그 작은 한 가지에서부터 조금씩 더 재밌게, 매력적으로 살을 붙이다 보면 끝내는 하나의 세계관에 이르게 되는 거죠.


세계관을 완성하는 것, 디테일

  하지만 세계관에 꼭 필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디테일이에요. 디테일이 부족한 세계관에는 몰입하기가 어렵잖아요. 영화도, 드라마도 마찬가지죠. 보관복지부도 이 세계관에 꽤 진심인 것 같아요. 아주 작은 디테일까지 ‘보관복지부’에 걸맞게 만들어 나가고 있거든요. 먼저 보관복지부의 소비자를 지칭하는 명칭은 ‘주민 여러분’이에요. 각 오프라인 지점은 ‘영등포 지부’, ‘반포 지부’와 같이 ‘지부’라는 명칭을 붙이고 있고, 고객 센터는 ‘종합 민원실’이죠. 그러면 여기서 질문. 서비스의 총책임자는 뭐라고 부를까요? 정답은 ‘장관님’이랍니다. 


  제가 브랜드 오너라면 조금 고민이 되었을 것 같아요. 재미 삼아 정부 부처의 코스프레를 시작하긴 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로 쓰이는 단어들이 오히려 딱딱한 느낌을 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런 디테일을 하나 둘 빼놓기 시작하면 세계관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습니다. 이 모든 디테일들이 같은 목소리를 낼 때 비로소 소비자들은 브랜드 유니버스를 알아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 충실한 세계관 안으로 들어온 소비자에게 ‘지부’나 ‘종합민원실’ 같은 단어는 결코 딱딱한 인상으로 다가오지 않겠죠.


우리 브랜드에는 어떤 세계관이 필요할까

  느끼셨겠지만 보관복지부의 세계관은 이를 테면 ‘반지의 제왕’처럼 진지한 세계관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훨씬 유쾌하죠. 사실, 다 재밌자고 하는 걸 거예요. 보관복지부는 그런 재미 요소들을 잘 활용합니다. 여전히 검색 포털에서 ‘보관복지부’를 검색하면, 검색 결과 상단에 ‘보건복지부로 검색하시겠습니까?’라는 제안 문구가 먼저 떠요. 큰 규모의 브랜드에게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아마 난리가 날 거예요. 브랜드명을 잘못 지은 것 아니냐부터 시작하겠죠. 하지만 보관복지부는 이런 난관들을 유쾌하게 받아들이고 오히려 SNS를 통해 소비자와 공유합니다. 오프라인 지점의 간판을 설치할 땐, ‘여기에 보건소가 생기느냐’는 어르신들의 질문을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재밌었어요.


  재밌는 세계관을 만들면 이렇게 됩니다. 소비자와 나눌 재미거리가 끊임없이 생겨나는 거죠. 결국 세계관은 브랜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배경이자 소재가 됩니다. 그러므로, 우리 브랜드는 어떤 세계관을 만들어야 할지에 대한 답이 여기서 나오겠죠. 브랜드가 소비자와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에 따라 세계관의 모습은 달라질 거예요. 판타지를 보여주고 싶은지, 병맛스러운 재미를 주고 싶은지, 혹은 보다 진지하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지에 따라서 말이에요.



  사실 보관복지부는 ‘메가박스’가 새롭게 선보이는 사업이라고 해요. 그래서 작은 브랜드로 소개해도 될까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이 브랜드만 놓고 보면 아직 론칭 초기의 작은 브랜드가 분명하니까요. 모회사가 콘텐츠 서비스를 하고 있기에, 이 브랜드의 세계관이 남다른 걸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정리하고 보니 모든 브랜딩은 곧 하나의 세계관을 만드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나의 요소로부터 컨셉을 찾고 키워 세계관을 만든다, 충실한 디테일로써 세계관을 완성해나간다, 그리고 세계관의 이야기들을 끊임없이 소비자와 나눈다. 다시 보면, 여기서 ‘세계관’을 ‘브랜드’로 바꿔도 전혀 어색함이 없으니까요.

  브랜드 인스타그램 : @bgbgb.kr

  브랜드 웹사이트 : https://www.bgbgb.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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